Home > 자료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통화정책적 시사점  
  이름 : 시장경제제도연구소 날짜 : 2013-03-20 오후 2:38:55 조회 : 1696  
파일 : 오스트리아학파 경기변동이론과 통화정책-수정-.hwp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통화정책적 시사점>



1. 서론

최근 국제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 등을 통해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IMF같은 기관에서도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으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는 논문이 나왔고, 오스트리아학파의 핵심 메시지를 표현만 달리한 생각과 논문들이 금융계 인사들과 주류경제학계에 나오고 있다는 주류경제학자의 고백도 발표되었다. 이런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에 대한 관심의 고조가 이 글의 배경이다. 이 글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을, 특히 과오투자와 과잉투자에 관한 최근의 발전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통화정책적 시사점을 정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오스트리아학파 경기변동이론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다는 점에서 이 글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학파 경기변동 이론을 소개함에 있어서도, 이 글은 멩거, 뵘바베르크를 계승해서 그 이론적 골간을 만든 미제스의 화폐이론, 그리고 1930년대 케인즈와 논쟁을 벌이며 이를 발전시킨 하이에크, 그리고 그 이후 이를 적용·발전시킨 로스버드의 저작들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이 글은 그 대신 하이에키언 삼각형(Hayekian triangle)으로부터 출발해서 이 삼각형과 생산가능곡선, 자금대부시장의 3가지 핵심적 그래프들을 활용해 여타 학파들의 이론들과의 대비 속에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을 설명한 개리슨(Roger W. Garrison)의 역작, Time and Money: The Macroeconomics of Capital Structure(2001)을 중심으로 삼고, 최근 저술들의 설명들을 참고하였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에 대한 이해도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신용팽창으로부터 야기된 인위적으로 낮아진 이자율이 초래하는 개인들 사이의 계획들의 조정 실패(coordination failure)의 범위는 주로 소비재산업으로부터 자본재산업으로의 잘못된 자원의 이동, 즉 과오투자(mal-investment)의 발생이었다. 그래서 경기변동과정은 이런 생산구조의 발생과 수정과정으로 파악되었다. 최근에는 그 범위의 인식이 넓어졌다. 경기활황 시기에 소비자들의 변하지 않은 시간선호와 조화를 이룰 수 없는 투자, 즉 과오투자(malinvestment)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소비재 부문을 포함한 거의 전산업에 과잉투자(overinvestment)가 나타나는 현상이 인식되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재산업에서의 과잉투자로 인해 투자재산업으로의 과오투자가 드러나는 시기가 지연되기 때문에, 신용팽창에 의한 인위적 붐과 그 이후에 나타날 침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음이 인식되고 있다. 개리슨의 역작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을 살펴보는 것은 이에 익숙한 여타 학파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경기변동이론과 성장이론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통합해 고찰할 수 있게 한다. 그의 논의는 왜 인위적인 신용팽창을 통한 경기부양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을 소개했다고 하더라도 오스트리아학파가 화폐에 관해 제안하고 있는 정책들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여타학파들은 현재 주어진 화폐제도, 즉 불환지폐, 중앙은행, 부분지불제도로 특징지어지는 현 제도의 틀 아래에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통화정책은, 즉 적정통화량 이외 적정 이자율의 선택, 목표 인플레이션의 선택, 적정 환율 결국 여러 수단들을 동원해 통화량을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오스트리아학파는 제도의 선택이라는 차원에서 통화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현행 제도 아래에서 그 중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을 야기할 가능성이 낮은 정책이 무엇인지, 혹은 경제침체기에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해 오스트리아학파는 특정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스트리아학파는 현재의 화폐·금융제도 속에 경기변동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내재해 있다고 보고 있으며, 현행제도를 불변의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현행 제도 속에 내재하는 문제를 어떤 제도적 변화를 통해 고쳐갈 것인지가 이들의 통화정책의 초점이다. 다시 말해 오스트리아학파가 제안하는 통화정책은 제도 내의 선택이 아니라 주로 제도의 선택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학파 내부에서 제기되는 화폐제도 개혁방안들은 다양한 관심과 배경에서 나오고 있어, 쉽게 한 가닥으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행 제도들의 뼈대인 중앙은행제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도 100% 지불준비는 현행 부분지불준비제도보다는 선호된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 차원에서 불환지폐의 발권독점을 하는 중앙은행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금융시장제도를 여타 재화시장과 다름없는 이윤과 손실의 시장규율이 작동하는 상품화폐제도(금본위제)로 개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그렇게 하는 것이 화폐제도에 대한 정치적 간섭의 위험을 좀 더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학파 내부에서도 자유경쟁 상태의 자유은행업으로의 전환은 찬성하지만, 부분지급준비제도에 대해서는 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상품화폐(예컨대 금본위제)로의 복귀에 대해서도, 실현가능성 등 여러 이유에서 다른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이 문제들에 대해 그 차이와 논거, 실현 가능성 등의 측면들에서 모두 살피는 것은 이 논문의 범위를 크게 넘어선다. 이 글에서는 제도적 제안들의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깊이 들어가지 않고 그 방향과 논리 구조 등을 서술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다.


2.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

(1) 생산의 시간(자본)구조, 하이에키언 삼각형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제스는 1912년 그의 대작, 『화폐와 신용의 이론』에서 빅셀의 자연이자율과 대부시장 이자율의 구분을 취하고, 뵘바베르크의 자본이론과 결합해서 오스트리아학파 경기변동이론의 기초를 세웠다. 그 특징은 경제주체들의 시제간 선택(intertemporal decision-making)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사과와 배 사이에 주관적 선호를 가지듯이, 서로 다른 시점에 대해서도 선호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목적-수단이라는 틀에서 볼 때, 수단의 채택과 목적의 달성 사이에는 항상 시간의 경과라는 요소가 놓여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더 빨리 목적을 달성해주는 수단을 그렇지 않은 수단에 비해 선호한다. 생산도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시간이 덜 걸려 최종소비재를 생산하는 생산방법이 선택된다. 더 오래 시간이 걸리는 생산방법은 더 많은 생산으로 보상될 때에만 시도된다. 소비자/저축자들은 그들의 현재소비와 미래소비 간의 선호에 따라 소비/저축 결정을 한다. 투자를 하는 기업가들도 마찬가지로 시간과 관련된 선택을 한다. 예를 들어 “반쯤 가공된 제품의 가치는, 최종소비재에 비해 체계적으로 할인되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추가적으로 투입재료들이 들어가야 하고, 둘째, 최종재가 소비자들에게 이용 가능하려면 최종재에 비해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Time and Money, 46) 이자율이 낮아질수록 시간할인율이 낮아지므로 최종소비재로부터 더 먼, 다시 말해 최종소비재가 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생산단계의 생산물의 가치는 시간할인율이 높을 때에 비해 올라간다.

이 점을 1930년대 초 하이에크가 이용한 하이에키언 삼각형(Hayekian triangle)을 이용해서 설명해 보자. 하이에키언 삼각형은 아래 [그림 1]에서 직각삼각형을 지칭한다. 여기에서 삼각형의 밑변은 생산단계와 생산기간(production time)을 동시에 나타내며, 수직축의 높이는 최종소비재의 가치를 나타낸다. 밑변에 들어갈 단계는 예를 들어, 왼쪽부터 채광, 제련, 제조, 유통, 소매 등이 생산과정의 단계가 된다.






출처: Garrison, Time and Money p. 62 figure 4.2를 일부 수정 보완


이제 이자율과 각 생산단계에서의 생산의 관계를 살펴보자. 채굴단계에서의 원유의 가치는 주유소에 있는 휘발유에 비해 추가적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 이외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려야 주유소의 휘발유로 변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자율의 영향을 받는다.

우선 우리는 투자의 수준이 기존 자본재들의 마모를 보충하는 정도까지만 되고 있어서 성장도 퇴보도 하지 않고 있는 경제, 즉 [그림 1]에서 E00 지점에서 출발한다. 그런 다음 이제 이렇게 사람들의 미래에 대비한 현재에 대한 선호가 낮아졌다고 해보자.


출발점: E00
가정: 시간선호 변화에 대한 가정: 미래에 대비한 현재의 선호가 감소


원유는 일정한 시간 T가 경과한 다음 여러 투입요소들이 추가되어 최종소비재인 주유소의 휘발유로 변환된다. 우리가 시간요소에 집중해서, 원유가 주유소의 휘발유로 변환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투입요소를 잠시 접어두면, 우리는 원유를 T 시간 후에 최종목적지인 주유소에 있을 휘발유로 간주할 수 있다. T 시간 후의 휘발유의 가치는 시간할인율이 낮아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자연이자율(소비자/저축자들의 시간선호와 일치하는 이자율) 혹은 시간할인율의 하락은 최종소비재로부터 더 시간적으로 떨어져있을수록, 즉 T가 클수록 종전에 비해 그 가치가 높아지게 만든다. 이것은 원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게 할 뿐 아니라 최종소비로부터 원유 채굴에 비해 시간적으로 더 멀리 떨어진, 석유시추사업에 나서게 할 수 있다. 즉, 새로운 생산단계가 추가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생산구조가 길어진다거나 생산구조의 우회도가 높아졌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그 경제는 종전에 비해 원유의 생산과 석유시추에 특화된 더 많은 자본재들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시제간 조정문제(intertemporal coordination)에 관심을 가지는 오스트리아학파가 말하는 시간선호의 변화에 따른 자본구조의 변화이다. 이런 자본구조의 변화는 [그림 1]에서 왼쪽 하이에키언 삼각형의 빗변이 더 완만해지고 밑변이 더 늘어나는 것으로 대변된다.


(2) 대부시장의 균형과 생산가능곡선

그렇다면 원유채굴과 석유시추 등에 들어갈 투자자금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 대부(자금)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다루어야 한다. 대부시장은 기업들의 투자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이다.(소비를 위한 대부는 여기에서 제외한다.) 대부자금의 공급은 소득 중에서 소비재에 대한 지출에 사용하지 않고 이자(혹은 배당금)을 받기 위해 투입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시간선호율이 낮아졌다고 가정하였다. 이것은 대부자금의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을 편의상 휘발유 소비자들에 국한해서 생각해보자. 이들은 예전에는 예를 들어 하루 2리터를 소비하다가 현재소비를 하루 1.5리터로 줄인다. 이 사실은 [그림 1]에서 하이에키언 삼각형 중 수직축과 빗변의 교점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으로 표현된다. 사람들이 저축한 하루 0.5리터에 해당하는 만큼의 자금이 대부시장으로 공급된다. 사람들의 시간선호의 변화로 인해 대부자금의 공급이 S에서 S’으로 증가한다. 사람들의 시간선호만이 변화했으므로 대부자금에 대한 수요곡선은 변하지 않지만 균형이자율은 Ieq에서 I’eq로 낮아진다. 그래서 낮아진 이자율에서 더 많아진 투자자금이 최종소비재생산단계보다 더 이전 단계들로 투입된다. 대부시장의 새로운 균형이자율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은 소비자/저축자들의 시간선호에 따른 저축으로 충당되며, 이는 소비자/저축자들의 (사회적) 시간선호율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자연이자율이다. 이 이자율은 하이에키언 삼각형의 빗변의 기울기에 반영되어 있다. 기울기가 완만하게 변하는 것은 낮은 균형이자율에 반응해서 생산구조가 더 길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선호율의 변화의 최종적 결과는 소비와 투자의 지속가능한 조합들을 보여주는 곡선인 생산가능곡선이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생산가능곡선은 정보부족이나 미래의 더 나은 고용기회의 기대 등의 이유로 고용되지 않고 있는 생산요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용되었을 때 지속 가능한 최대한의 투자와 소비의 조합을 보여주는 곡선이다. 우리는 정체경제인 E00에서 출발했다. 그 당시의 투자 수준은 현재의 자본의 성능을 유지할 정도로만 이루어짐으로써 이 경제는 팽창(성장)도 축소도 하지 않고 정체 중이었다. 그런데 시간선호가 내려가서 이제 이 경제는 성장하는 경제로 돌아서게 되었다. 앞에서 이용한 비유적 사례를 계속 사용하자면, 사람들의 시간선호의 변화로 저축이 늘어나고 이것이 투자된 결과, 사람들의 휘발유의 미래소비는 2.5리터로 높아진다. 이런 변화는 실제 저축이 투자를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다. 이것이 개리슨이 그래프로 표현한 뵘바베르크에서 시작된 오스트리아학파의 시간개념이 포함된 생산이론이며 경제성장이론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케인지언들의 성장이론과 단기변동에 대한 이론의 충돌이다. 이들은 단기변동에 대해서는 소비가 많을수록 소득이 높아진다고 보지만 장기의 성장이론에 들어가서는 저축을 성장에 필요한 투자자금으로 간주한다. 단기적 결과가 모여 장기의 결과로 귀결된다. 그런데 저축이 단기에는 소득의 증가에 방해가 되었다가 이것이 어떻게 장기적인 소득의 성장으로 연결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케인지언들은 단기(short-run)적 변동을 다룰 때 소비자들의 저축이 실제로 투자될지를 의문시한다. 비록 감소된 소비로 인해 투자자금의 공급이 늘더라도, 기업가들은 소비자들의 줄어든 소비를 영구적으로 낮아진 소비수준으로 받아들여 투자를 줄일 것으로 그들은 생각한다. 케인지언들은 단기에 있어 소위 저축의 역설이 발생한다고 본다.

저축은 소득 중에서 나중의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소비되지 않은 부분이다. 저축은 미래에 무엇인가를 수요하기 위해 현재 하는 것이다. 비록 그 소비 시점이 특정화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나중에 소비를 늘릴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아무튼 낮아진 이자율 자체가 소비의 감소에 실망한 기업가들로 하여금 자동적으로 투자에 나서게 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기업가들이 이자율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소비수준이 영구적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갇혀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없다. 특히 우리의 비유적 사례에서 낮아진 이자율에 유도된 원유단계에 대한 일부 투자의 성공은 기업가들의 비관적 전망을 조만간 바꿀 것이다. 이것이 소위 개리슨의 중간적 입장(middle-ground position)이다. 현실을 잘못 비관적으로 판단한 기업가들은 다른 기업가들에 비해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화된 현실이 곧바로 기업가들이 이윤기회를 포착하는 행동으로 옮겨진다고 가정하기는 어렵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가들이 계속 비관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속 불가능한 팽창

지금까지 시간선호율의 변화에 따른 대부시장이자율의 하락, 이에 따른 자본구조의 변화와 경제의 팽창은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에 비해 정책에 의해 저축에 기반하지 않은 신용공급이 증대하여 이 화폐들이 대부시장으로 공급됨으로써 대부시장이자율이 하락할 경우에는 투자증대로 인해 경제적 활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 붐은 붕괴되며 그것이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그림 2]이다.

[그림 2]에서 소비자들의 시간선호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시장에 공급되는 자금은 소득 중 일부를 저축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올 뿐 아니라 중앙은행과 같은 통화당국의 신용팽창으로부터도 공급된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듯이 통화당국은 지불준비율의 변화, 상업은행에 대한 단기 대출이자의 변경, 정부채권의 구매를 통한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통화량을 변경할 수 있다. 그림에서 통화당국의 정책으로 ⩟M만큼 신용이 확장되었다고 해보자.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수중에 들어온 신용을 저축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이를 현금으로 축적(hoarding)할지 모른다. 그런 보유분을 ⩟Mh라고 하면 이 부분은 제외된다. ⩟Mc는 신규로 창출된 신용이 모두 대부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지는 않을 수 있음을 나타낸다. 신규로 창출된 화폐가 모두 소비지출에 충당되거나, 이것이 모두 현금으로 축적되는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부분지불준비제도 아래에서 실제로 상업은행은 예컨대 저축으로 볼 수 없는 요구불예금에 기초하여 통화승수만큼 신용을 창출하여 이를 기업들의 대출에 대한 수요에 충당하여 수익을 누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 ⩟Mc만큼 대부자금이 더 공급됨으로써 [그림 2]에서 공급곡선이 S에서 Saug로 이동한다. 대부시장의 이자율은 i’으로 내려간다. 이에 따라 대부자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 초기생산단계(예컨대 채광단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이 분야에 붐이 발생하고 실제 저축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는 잘못된 투자가 이루어진다. 다른 한편, 이자율의 감소는 저축의 유인을 줄인다. 따라서 저축의 공급이 줄어들고 소비가 늘어난다. 즉, 인위적으로 낮아진 이자율 신호에 의해 과잉소비가 유발된다. [그림 1]와 [그림 2]를 비교해보자. [그림 1]에서는 소비자/저축자와 투자자의 행동이 투자와 저축이 일치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 이에 비해 [그림 2]에서는 투자와 저축의 괴리가 커지는 방향으로 이들의 행동들이 전개되고 있다. 투자는 종전보다 많아지고 있는 데 반해, 저축은 소비의 증가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초기단계(채광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최종소비재 단계에서도 붐이 일어나고 있으나 문제는 이 붐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여기에서 최종 소비재생산단계의 붐은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실제 경기변동에서 사업실패가 비록 원자재산업 등에 집중되기는 하지만 전 산업에 걸쳐 나타난다는 역사적 경험은 이런 과잉소비의 이론화를 필요하게 한다. 만약 오스트리아학파의 좀 더 전통적인 이해방식대로 소비자들이 더 많은 현재 소비재를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최종소비재단계에서 초기단계로 이전해 간다면, 힉스의 말처럼 소비자들은 늘어난 신용으로 소비재의 구매를 고집한다면 이런 잘못된 투자는 오래 가지 않아 곧바로 시정될 것이다. 아울러 대침체 등으로 불릴 정도의 동시다발적인 투자의 실패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종소비재의 증가된 생산은 현재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를 충족시킴으로써 초기단계로의 과오투자들이 밖으로 드러나는 시기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소비재산업에 대한 투자와 공급의 증가는, 붐의 지속이 경기변동으로 불리기 어려울 정도로 짧게 끝나지 않게 한다. 이런 붐의 지속에 대한 전통적인 오스트리아학파의 설명은 정부가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차례 신용팽창을 함으로써 이런 과오투자를 지속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로 인해 최종소비재단계의 과잉투자가 자본재분야로의 과오투자를 금방 드러내지 않게 하는 점이 분명해졌다. 개리슨은 이런 과잉투자를, 과오투자가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enabling condition)으로 묘사하였다.

이 사실이 시사하고 있는 점은 신용팽창을 통한 붐의 궁극적 한계를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볼 때 이를 조심스럽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팽창을 통한 붐이 터질 운명인 이유는 투자보다 작은 저축으로 인해 태생적으로 투자계획과 저축계획 간에 조정실패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종소비재 생산의 증가가 초기단계 쪽으로의 과오투자를 일정 기간 숨기기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갈 정도로 신용주입을 하지 않더라도 저축부족이 드러나는 순간 이자율이 올라가고 소비가 다시 위축되며, 과오투자와 과잉투자들이 청산되는 과정을 밟을 수 있다. 독일에서 정부가 계속 신용창출을 지속함으로써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사람들이 무조건 화폐를 “버리고” 필요와 상관없이 재화를 사려고 경쟁하는 소위 ‘실물로의 도피(flight into real thing)’를 한 경우도 실제로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기변동의 역사적 경험은 그런 실물로의 도피가 일어나기 전에 경기활황은 끝났다. 대부분의 정부가 독일의 사례에서의 정부보다 더 현명해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저축의 부족이 너무나 확실해져서 신용의 추가적 창출로도 경기호황을 유지시키지 못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초기단계 방향과 최종소비재 단계 방향이라는 양끝 방향 쪽으로 투자재원을 끌어가려는 힘이 상충되는 힘이 작동한다. 낮아진 이자율에 의해 유도된 소비자들의 과잉소비는 최종소비재 단계의 생산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이와 함께 초기단계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투자가 발생하며 (앞의 예에서 석유시추와 같은) 새로운 초기 생산단계에 대한 투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추가된 정도를 보인 것이 [그림 3]에서 각 생산단계에서 하얗게 된 부분이다. 최종소비재에 대한 더 많은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생산구조와 초기단계의 투자를 늘리는 생산구조가 서로 가용 저축자원을 두고 투쟁을 벌이는 소위 “생산구조간의 결투”가 벌어진다.(Cochran 2001).

초기단계 쪽 생산투자와 최종소비재생산에 대한 투자 중 어느 쪽으로 더 몰리느냐에 따라 특정 생산구조가 등장할 것이다. 이렇게 생산가능곡선 밖에서의 조합이 일시적으로나마 가능한 이유는, 생산가능곡선이 자연실업률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자연실업률에 포함된 인력이 더 고용되고 기존 생산설비의 유지를 위한 투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 설비들을 초과 가동하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 중간재 생산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속적이지는 않더라도 더 많은 최종소비재의 생산과 더 많은 초기단계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비해 중간재에 대한 투자와 생산은 절대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초기생산단계나 최종소비재 단계의 생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이것은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다. 종전의 저축으로 가능한 투자와 생산이 하이에키언 삼각형에서 검은 부분으로 된 것이었다. 이제 저축이 종전에 비해 줄어들었는데 투자수요는 하얀 부분을 합한 정도만큼 오히려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사실 이외에도 생산에서의 자본재와 원료 중간재 등의 대체가능성(substitutability)과 보완성(complementarity)을 감안할 때 중간재의 부족으로 인해 최종재화의 생산이 완결되기 어렵다. 혹은 중간재의 부족으로 중간재가 가용하다 하더라도 중간재의 가격이 너무 비싸게 만들 것이다. 최종재가 더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중간재가 더 필요하더라도, 중간재가 곧바로 더 공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간재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태는 최종재의 생산에 애로를 발생시킨다.


(4) 경기변동의 과정

지금까지 설명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 이론이 보여주는 경기변동의 과정을 요약해 보자.(개리슨, 2004). [그림 3]에서 ①번에서는 과오/과잉투자와 과잉소비가 함께 나타난다. 생산구조는 중간생산단계에서 초기생산단계로 생산자원이 이동하면서 경제의 생산구조에서 중간단계는 비중이 낮아지고 최종소비재단계와 초기생산단계의 비중이 커진다. 이러한 변화는 중간생산단계에서의 아직 최종소비재가 되지 않은 상태의 중간재의 생산을 감소시킨다. ②번에서는 과잉소비가 최고조에 달하지만 ①번에 별로 증가하지 않는다. 중간재의 부족이 최종소비재의 생산을 제약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잉투자는 계속된다. ③번에서 최종소비재의 공급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고 진행 중인 투자가 최고조에 달한다. 자금 수요자 간의 경쟁으로 이자율은 상승하고 중간재 부족이 본격화하여 소비자는 소비를 줄이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저축을 늘리도록 압력을 받는다. 이를 개리슨은 하이에크의 강제저축(forced saving)이 경기변동의 전반이 아니라 후반부에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한다. 붐은 침체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④번에서 과잉투자가 절정에 달한다. 이자율 상승이 더욱 본격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받는 강제저축의 압력은 강화된다. 이 시점부터 소비자들은 경기변동 발생 이전에 비해 낮아진 소비를 감수해야 한다. ⑤번에서도 소비자가 강제저축의 압력을 받는 가운데 투자된 자금 가운데 일부가 실패로 드러나 청산이 시작된다. 이제 자원은 초기생산단계에서 중간재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소비재산업들 가운데 일부도 청산되기 시작한다. ⑥, ⑦, ⑧번은 하이에크가 2차 침체(secondary depression) 또는 2차 디플레이션(secondary deflation)이라고 부른 국면이다. 이 경제는 이제 종전에 가능했던 소비-투자의 조합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생산과 소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는 더 청산되고 소비는 줄어드는 상황으로 나아간다. 비관주의 전망이 화폐에 대한 수요를 급격하게 늘리고 건전한 기업들도 투자를 하지 않고 이윤을 사내에 유보하여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처한다. 은행들도 어느 기업이 도산할 지 알 수 없으므로 대출을 최대한 회수하지만 신규대출은 삼간다.






이런 침체 상태에서 경제가 회복해 나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과잉투자 혹은 과오투자된 사업들을 청산한다는 것은 특정 생산단계에 특화되어 생산된 자본재들을 다시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자본 가치가 사라지고 새로운 균형 자본구조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케인즈 경제학은 주로 하이에크가 2차적인 침체(Secondary Depression)라고 부른 상황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고, 이자율을 낮추어도 모두 유동성에 대한 수요로 변하므로, 기업가들은 비관주의에 빠져있으므로 오로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만이 이런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고 본다. 여기에 애초에 왜 이런 불황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분석이 없다. 케인즈 경제학에서는 소비자들은 소비성향에 따라 기계적으로 소비를 하고 나머지를 저축한다. 이자율은 소비나 저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업가들의 투자도 기업가들의 분위기, 그들의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에 의해 다른 변수와는 거의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밀턴 프리드먼을 비롯한 통화학파들도 통화당국이 통화 긴축을 경기침체나 이의 심화의 원인으로 본다. 이들도 하이에크의 2차적 침체 국면을 주로 설명 대상으로 보고 있다. 2차 침체 국면에서는 은행들이 화폐의 보유를 늘리기 때문에 이런 화폐보유의 확대로 인해 통화량은 통화승수의 역수만큼 줄어든다. 예를 들어 지불준비율이 5%라면 통화량은 1/20으로 줄어든다. 이들은 이처럼 통화가 급격하게 긴축되는 데 주목하고 통화긴축을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본다. 통화학파는 고전적인 화폐수량설의 메시지를 물가수준에 대한 예상 등을 통해 사람들이 명목변수가 아니라 실질변수인 실질 잔고와 실질 임금 등에 대한 예상을 기초로 행동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것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을 뿐 기본적으로 케인지언과 동일한 틀 속에서 분석하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시간선호에 따른 소비와 저축계획과 투자자들의 투자계획이 시장에서 어떻게 시제간 조정을 해나가는지, 또 그 과정에서 경제의 자본구조가 어떤 변화를 겪는지에 대해서는, 그리고 그것이 경기변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새로이 창출된 신용이 대부시장으로는 전혀 흘러 들어가지 않는 극단적으로 예외적인 경우들이다. 먼저 이것이 모두 소비자들의 현금수요로 축적되는 경우에는 신용이 창출되었더라도 이로 인해 투자나 소비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케인즈의 유동성 함정이 그리는 세계와 유사하다. 다른 한편, 새로이 창출된 신용이 모두 소비자들의 소비 지출로 충당되는 경우에도 생산구조 상의 변화는 배제되고 소비재들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다른 중간재 등의 가격들과 초기단계의 생산물들이 순차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화폐증가가 명목변수들의 변화에 영향을 줄 뿐, 다른 실질변수들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상황이 전개된다. 고전적 화폐수량설과 합리적 기대가설이 그리는 세계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예외적이며 잘 일어나지 않는 상황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케인지언이나 통화학파에 비교하자면 이들은 특수이론이고 오스트리아학파 경기변동이론은 일반적인 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5) 화폐 그리고 장기·단기와 구별된 중기 분석

현대의 거시교과서의 거의 예외 없이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축을 표시한 그래프들이 나온다. 이 축이 들어간 것은 화폐의 증가가 물가수준의 증가로 연결될 것임을 보여주는 축이다. 물가수준이 들어간 그래프에서는 화폐의 증가가 생산의 증가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모두 물가수준의 상승으로 이어지거나 화폐의 증가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생산을 자극해서 일부 생산의 증가로 이어지고 일부 물가수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혹은 합리적 기대가설에서처럼 사람들이 화폐의 증가가 물가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고 있으면 단기적으로도 소위 화폐착각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생산이 불변일 수도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주로 노동시장에서의 실질임금의 예상을 두고 벌어진다.

그런데 개리슨의 그래프들에는 물가수준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오스트리아학파에 있어 화폐의 증가, 특히 저축에 기반을 두지 않은 신용의 증가는 경기변동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될 만큼 중요하다. 개리슨의 그래프들에서 화폐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하이에키언 삼각형에서 최종소비재, 중간재, 초기단계 생산물들의 (현재)가치, 그리고 신용대부 시장에서 신용의 수요와 공급에서 화폐가 개입되고 있고, 생산가능곡선 상의 투자와 소비에서도 그렇다. 다만 물가수준 축을 포함한 그래프가 따로 없는 것은 화폐공급의 증가가 어떤 경로를 거쳐 이루어지며, 어디로 흘러 들어가서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 것인지 보는 것이 단순히 물가수준이라는 가공적인 지수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화폐의 효과를 잘 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화폐 공급의 증가는 헬리콥터에서 사람들에게 뿌려주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에서 기간 구분은 개념적이고 정확하게 물리적 시간의 경과와 연관을 짓기도 쉽지 않다. 보통 흔히 고정자본으로 분류하는 자본스톡이 고정된 상태에서 노동의 고용량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한 기간을 단기(short-run), 자본스톡의 변경이 가능한 기간을 장기(long-run)로 본다. 이런 구분은 자본스톡의 변경이 고용수준의 변경에 비해 쉽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지만, 아무튼 환경이 변했을 때, 부분적으로만 이 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단기, 전반적으로 모두 적응하한 데 필요한 기간을 장기로 구분하는 것과 상응한다. 이는 또 달리 말하면 장기란 모든 과오나 문제가 해결되어 더 이상의 조정이 필요하지 않는 균형이 등장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은 중기(medium run)에 초점을 맞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경기변동의 과정에 경기활황기에 초기생산단계나 자본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변동이론에서의 기간은 생산구조의 변경이 가능한 기간일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그 기간이 모든 과오, 과잉투자가 청산될 정도로 길지 않아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길게 잡으면 과오투자의 청산과정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고, 코크란(Cochran, 2001)이 흥미롭게 묘사한 최종소비재를 더 많이 생산하는 생산구조와 초기단계에 더 많이 투자하는 생산구조 간에 결투를 벌이는 과정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오스트리아학파 경기변동이론을 살펴보았다. 그 요점은 다음과 같다. 통화당국의 신용팽창에 의해 인위적으로 대부시장 이자율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시간선호에 따른 소비/저축 결정과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과오투자와 과잉투자가 발생하여 경기활황이 촉발될 수 있으나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필연적으로 동시다발적 사업실패가 나타나는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대부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시간선호를 반영한 자연이자율로부터 괴리된 인위적으로 낮아진 시장이자율로 인해, 저축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투자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자본구조는 초기생산단계와 최종소비재 단계가 커지고 중간단계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지속 가능하지 않는 구조로 변형된다. 이 잘못된 자본구조가 소비자들의 시간선호에 맞게 조정되는 과정에서 과잉투자 혹은 과오투자된 사업들이 청산되고 실업이 발생하는 등 경기침체가 시작된다. 그 후 하이에크가 말한 2차 침체 국면이 나타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팽창했던 신용이 급격히 축소되며, 실업이 더 많아지고, 특정 사업에 특화된 자본재들의 가치는 다른 사업으로의 용도전환의 어려움으로 격감한다. 재화들과 생산요소들의 가격들이 충분히 하락하고 어려운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충분히 낮아진 생산요소의 가격들은 새로운 사업을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3. 오스트리아학파의 통화정책

앞에서 살펴본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에서 추론되듯이, 오스트리아학파는 ‘저축에 기반을 두지 않은’ 신용을 창출하지 않는 정책과 제도를 지지하고 있다. 특정 통화정책의 제안은 기준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서는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광범하게 통용되는 효율성 기준 혹은 부의 극대화 기준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저축에 기반을 두지 않은’ 신용을 창출하는지 따져보기 위해 먼저 무엇이 저축에 기반을 두지 않은 ‘나쁜’ 신용(대부자금)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자.


(1) ‘나쁜’ 신용과 ‘좋은’ 신용의 구별

대출자금이 저축에 기반을 둔 것인지에 유의하며, 다음 가상적인 사례를 검토해 보자. 제빵공이 빵 10개를 생산해서 2개를 소비하고 8개를 저축하였다. 그는 이것을 1주일 후 구두 한 켤레를 받기로 하고 제화공에게 빌려주었다. 이 빵이 제화공을 1주일 동안 지탱한다. 제빵공은 현재소비(빵 8개)를 미래소비(구두 1켤레)에 대한 약속과 교환하였다. 1주일 뒤, 빵 8개가 없어진 반면, 제빵공이 이 빵 8개보다 더 높게 가치를 부여하던 구두 한 켤레가 생산되었다. 이제 사회에 새로운 부(富)가 창출되었다. 이 경우에 대부자금은 실제저축을 상회하지 않았고 부의 극대화 기준에서 바람직하다.

이 점은 이 가상의 사례에 화폐나 은행을 도입해도 변치 않는다. 제빵공은 이제 8개의 빵을 8달러에 받고 팔아서 그 돈을 제화공에게 빌려줄 수 있다. 그 8달러를 가지고 제화공은 8개의 빵을 살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제빵공의 빵 8개의 저축이 있었다. 이제 제빵공이 그 8달러를 직접 제화공에게 빌려주는 대신, 은행에 그의 돈을 빌려주고, 은행은 다시 그 돈을 제화공에게 빌려준다. 제빵공은 이자를 벌고, 은행은 수수료를 벌고, 제화공은 구두를 만들 동안 그를 지탱해줄 자원을 확보한다. 은행의 도입은 복잡성만 높일 뿐, 대부자금 제공의 본질, 즉 실제 자원을 대부자로부터 차입자에게 이전한다는 점은 그대로이다. 은행은 단지 제빵공과 제화공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자금의 중개(financial intermediation)가 이루어졌다. 이 자발적인 거래들은 부의 극대화 가정에서 볼 때 모두 바람직하다.

이제 은행이 진짜 화폐와 똑같이 생긴 ‘가짜’ 화폐들을 만들어 제화공에게 8달러를 신용으로 제공한다고 해보자. (물론 화폐를 발행하지 않고 그의 계좌에 특정 수치를 찍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 가짜 8달러에 상응하는 빵이 따로 저축된 적이 없었으므로, 제화공이 그 8달러로 빵을 샀다면 그것은 다른 이들이 그들의 진짜 화폐로 샀을 빵을 이전해 온 것일 뿐이다. 그는 새로운 가짜 화폐가 발행된 후 가장 먼저 이 돈을 아직 빵 값이 오르기 전에 빵의 구매에 사용하였다. 이제 경제 내에 빵의 개수는 그대로인데 수요자는 많아졌기에 결국 최종적으로 수요되는 빵의 개수가 8개만큼 작아질 때까지 빵 값은 오를 것이다. 이 가짜 8달러로 1주일 후 구두 1켤레를 만들었다면, 필연적으로 빵 8개가 없어지는 바람에 여타 생산 활동이 축소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두 1켤레가 만들어진 대신에 사라진 재화들은 구두 1켤레보다 소비자들이 더 높게 평가했기에 생산되던 것이었다. 소비자들은 그들이 더 높게 가치를 평가하던 재화를 잃고 더 낮은 가치를 두던 구두를 얻었다. 그 경제에는 부(富)가 창출된 것이 아니라 상실되었다. 이 사례는 현대의 복잡한 경제를 대변하기에는 너무 단순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나쁜 신용’의 창출이 저축을 대신할 수 없다‘는 논의의 핵심은 모두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빵’은 물론 단순히 소비재인 빵을 의미하기보다는 구두 생산에 필요한 생산재들을 말한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자금의 중개를 넘어선 은행의 신용창출은 사회의 부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자연법 전통의 재산권적 기준으로도 신용창출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가진 화폐의 가치가 줄어들었으므로 이는 선호될 수 없는 정책이다. 조정의 기준에서 볼 때에도 종전에 빵의 구매를 계획했던 사람들의 계획을 불필요하게 망친다는 의미에서 선호될 수 없는 정책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현대의 복잡한 경제에서는 이렇게 빵이 모자란다는 사실이 우리의 단순한 사례에서처럼 금방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인위적으로 낮아진 이자율로 인해 최종소비재들의 생산에 과잉투자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 부분지불준비제도와 100% 지불준비제도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은행은 법정 불환지폐를 독점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불환지폐를 은행에 예금을 하고, 은행들은 한꺼번에 고객들이 자신의 돈을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적 가정 아래, 단기예금(혹은 요구불예금)을 장기대출로 빌려주는 소위 만기불일치(maturity mismatch)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사람들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요구불예금도 실은 은행들이 그 전체를 지불준비금으로 보유하지 않고, 법정 지불준비율(보통 5%)만 남겨두고 기업이나 가계에 빌려주고 있다. 현행 제도는 부분지불준비제도(fractional reserve banking)이다.

사람들이 추가적 화폐를 가지고 되면 그는 이것을 3가지 항목으로 나눈다. 하나는 소비지출, 다른 하나는 (미래의 소비를 위한) 저축, 또 다른 하나는 화폐로서의 보유이다. 중요한 것은 예금자들이 은행의 요구불예금 계좌에 예치해둔 돈이, 은행에 대출해준 것인지, 아니면 요구불예금의 형태로 현금보유를 한 것인지, 즉 이것이 화폐수요인지 여부이다. 만약 은행에 대한 대출이라면 이것을 대출해준다고 해서 저축과 대부자금의 괴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화폐수요의 한 형태라면 저축과 대부자금의 공급은 일치하지 않게 된다.

현행 부분지불준비제도 하의 요구불예금—정기예금—이 진정한 의미에서 저축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절 후반부에서 논의하는 ‘정직한’ 부분지불준비제도 아래에서도 사람들이 동일한 금액의 예금을 했을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대부분의 오스트리아학파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업은 대출은행업(Credit Banking)과 예탁은행업(Deposit Banking)으로 분류되는데, 현대 은행들은 이 두 영업을 혼합시키고 있지만, 원래에는 나뉘어 있었다. 대출은행업은 앞에서 설명한 자금중개업을 한다. 은행들이 얼마나 이 중개를 잘해주느냐에 따라 대부자금(저축자금)은 성공할 사업에 배정될 것이고 대부자금의 공급자들은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차질 없이 획득할 것이다. 따라서 대출은행업은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문제는 예탁은행업이다. 예탁은행업은, 금화나 은화를 집에 보관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약하고, 결제를 편리하게 하는 수단으로 보관업(창고업)으로부터 등장하였다. 금화나 금을 보관업자에게 보관하면 그 보관업자는 그것을 제시하면 일정량의 금화를 주겠다는 약속을 적은 영수증(화폐증서, money certificate)을 주었고,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상품화폐인 금화가 직접 거래되는 대신 이 영수증이 교환되었다. 이것이 지폐인 은행권의 유래이다. 일정 수량의 상품화폐인 금 혹은 은을 지불하겠다는 약속 자체가 없어진 현대의 불환지폐 체제에서는, 일반은행들의 은행권들은 법정지불수단으로서의 자격이 정지되었고 중앙은행만이 법정 지폐를 발행하고 일반 은행들은 이 불환지폐를 교환해주겠다는 증서—수표나 예금증서—를 발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예탁은행업을 하면서 대부분의 고객들로부터 이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받았다. 대출이나 저축이 많아서 특별히 배려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 수수료를 면제해 주었다. 현대에 와서는 은행들이 대부분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대해서도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이것을 빌려줌으로써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전술했듯이 사람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찾으러 오는 은행쇄도(bank run)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화폐수요의 일부로 예금한 사람들은, 은행의 지불능력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발생하면, 이를 찾기 위해 언제든지 은행쇄도를 한다. 은행쇄도의 발생은 정부로 하여금 예금보험제도와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 기능을 두어 부분지불준비제도 아래에서의 예금자들의 불안감을 덜고자 하였다. 그러나 예금보험제도나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의 제공은 ‘남의 돈으로 나의 위험을 대신 감당할 수 있게 한다.’ 이 제도는 위험한 사업에 성공하면 그 수익은 자신의 몫이 되는 반면, 실패하면 남들에게 그 실패의 비용을 전가할 수 있게 하여 은행들의 소위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 시장제도는 이윤과 손실이라는 유인을 통해 작동하는데, 정부는 은행업에 있어 손실의 구조를 시장규율에 맞지 않게 만든 것이다. 금융업의 안정을 위해 도입한 예금보험제도나 중앙은행제도는 경제적 불안정을 야기하는 내재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은행감독을 하고 규제를 한다.

그렇다면 오스트리아학파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정책을 제안하는 것일까? 현행 예금보험제도와 중앙은행제도를 그대로 둔 상태를 가정한다면, 더구나 세금으로 예금보험기금이 충당되는 체제 아래에서는, 규제를 통해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일부 오스트리아학파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 제도를 지지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나서 이를 통제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그런 도덕적 해이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만기불일치 문제에 대해서도, 오스트리아학파는 만기불일치를 완화하는 은행에 대한 ‘규제’정책을 그렇지 않은 정책에 비해서는 선호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규제의 지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런 규제보다는 처음부터 만기불일치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정책을 지지한다. 그런 정책이란 은행을 비롯한 모든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대해 미제스가 언급한 ‘황금률’을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시장 체제 아래에서 영업 중인 은행이라면 도산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공하는 대출금의 대부기간은 은행이 제공받는 자금의 대부기간을 넘기지 말아야 하고, 이에 따르는 책임은 세금이 투입되는 예금보험공사에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오스트리아학파는 100% 지불준비를 통해 예탁영업이 원래의 기능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부분지불준비가 경기변동을 일으킨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의 보유 화폐의 가치를 하락시킨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화이트(White)나 셀진(Selgin)과 같은 자유은행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계약의 자유’라는 근거에서 그것은 은행들과 개인들이 “자유롭게”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그들에 의하면, 예금자들이 요구불예금에 이자를 받는다는 것은 이 돈을 다음의 조건 아래 빌려준 것이다. 즉, “평상시에는 자유롭게 그 돈을 인출할 수 있지만, 신용위기와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그 돈을 즉각 원하는 액수만큼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사후적으로 후회할 우를 범할 행위라도 행위의 자유는 이를 개인의 판단에 맡기므로, 부분지불준비제도는 그런 근거에서 지지될 수 있다. 처음부터 100% 지불준비를 강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은행은 요구불예금에 대해 이것이 비록 이자를 조금 주지만 실은 100% 지불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완전한 지급의무를 다 하지 못하게 될 경우 XXX의 규정을 따른다.”는 약속어음에 불과함을 예금자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그런 “정직한” 부분지급준비제도는 어쩌면 소비자들의 선호와 투자자들의 선호를 조정실패에 이르게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휼스먼의 지적처럼, 이처럼 부분지급준비제도의 실체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경우에도 이것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오스트리아학파의 부분지불준비제도에 대한 견해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100% 지불준비제도’가 바람직하다. 부분지급준비제도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 만약 부분지불제도가 허용되더라도 이는 반드시 ‘정직한’ 부분지급준비제도’여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세금이 지원되는 예금보험제도를 철폐해야 하며, 중앙은행이 부분지급준비를 하는 은행들의 구제에 나설 가능성이 처음부터 차단되어야 한다. 그래야 예금자들이 진정으로 선호하는 예탁은행업의 형태가 시장과정에서 선별될 것이다.


(3) ‘나쁜’ 신용의 팽창과 중앙은행 제도

앞에서 이미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은, 은행들에 의해 팽창된 신용이 위험한 투자로 투입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 지적되었지만, 중앙은행 제도는 여타 측면에서 저축에 기반을 두지 않은 신용의 팽창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발권을 독점하는 대신 정부의 은행 역할도 하는 중앙은행의 출현과 유지는 중앙은행이 국가의 재정조달의 한 방편이 되며, 국채의 화폐화가 화폐의 팽창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우리의 논의와도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중앙은행에 대한 논의는 너무 확대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신용팽창 문제를 다루면서 중앙은행제도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은행은, 특히 불환지폐 제도 아래에서는, 저축에 기반을 두지 않은 신용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중앙은행의 불환지폐의 발권은 화폐의 생산이 자유로운 시장에 맡겨졌을 경우의 화폐의 생산과 대비해서 평가해야 하고, 상품화폐, 불환지폐 등 여러 제도들을 다르게 하며 논의해야 할 문제여서 논의에서 일단 배제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다만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대부시장의 이자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해 온 측면에 대해 논의한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대부시장에 영향을 줌으로써 소비자/저축자들의 저축과 기업가들의 투자를 서로 조정되게 만드는지 아니면 조정실패를 조장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중앙은행은 대부자금시장의 현재의 균형이자율에 대해 이를 높게 하거나 혹은 이를 낮게 하도록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실시할 수 있다. 만약 낮게 한다면, 우리가 검토한 신용팽창에 의한 경기변동이 야기될 것이다. 통화긴축을 통해 이를 높게 한다면, 종전보다 저축은 많아지고, 투자는 줄어들 것이다.

이를 하이에키언 삼각형을 통해 분석해보면, 중간재부문은 별로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단계와 최종소비재 생산이 크게 줄어들고 여기의 자원이 중간재 부문으로 이동할 것이다. 최종소비재산업과 초기단계산업에서 기업들의 청산이 발생하고 실업이 발생한다. 소비자들의 저축의 일부가 대부시장으로 들어오면 이런 경향은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본재의 특수성과 이질성으로 인해, 최종소비재와 초기단계에 사용되던 많은 자본재들이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청산되어 중간재 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본손실을 보았다가 이제 다시 종전산업들로 전용되기 위해 재조정의 과정을 거치며 다시 많은 자본손실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소위 인적자본(human capital)도 특정 산업에 특화된 부분이 많은데 이들 중 상당수는 그 손실이 이 과정에서 일부만 회복될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시장 이자율을 높이는 통화긴축 정책은 집행되지 않는다. 신용팽창을 너무 오래 지속한 결과, 경제가 소위 ‘비이성적 활기’(irrational exuberance)를 보인다고 판단할 때에만 중앙은행은 제한적으로 조금씩 이자율을 높이는 ‘출구전략’을 써서 ‘연성착륙’(soft landing)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처음부터 그런 신용팽창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생산구조의 조정과정에서 무수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정책이다.

물론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이자율에 간섭하는 데에는 이를 통해 경제를 원하는 방식대로 조절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도 작용을 한다. 이런 믿음은 통화학파의 노력에 의해 크게 불식되었지만, 여전히 중앙은행에 대해 신용팽창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할 것을 요구하고 또 이를 실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고용증대 등 여러 명분으로 시행되는 중앙은행의 다양한 정책들도 결국 통화량 조작을 통해 목표로 하는 대부시장 이자율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 이런 정책이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지 않는 것은 이자율이 시장가격의 하나라는 점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다.

다른 가격들에 대한 통제나 규제에 대해서는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이상하게도 시장이자율의 조작에 대해서는 별로 강력하게 반대하지 않는다. 이는 시장이자율도 결국 소비자들의 시간선호가 반영된 것임을 간과한 결과이다. 오스트리아학파의 특징 중 하나는 이자율도 소비자들의 시간선호와 기업들의 투자수요들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진 시장의 신호라는 점을 여타 학파에 비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오스트리아학파는 중앙은행제도가, 신용팽창을 조장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학파 대부분은 발권독점의 중앙은행 제도를 자유 은행업제도나 상품화폐 체제로 변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치권의 압력으로 인해 중앙은행이 원래의 기능인 ‘물가안정’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고용증대 등 신용팽창을 하게 되므로 중앙은행의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발권독점이란 엄청난 특권을 지닌 기관을 정치적 통제로부터 독립시킨다는 것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중앙은행의 시장이자율의 조작 능력을 정치적 인기를 얻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정치권의 유인도 없애기 어렵다.

그렇다면 통화주의자, 특히 프리드먼이 주장한 준칙주의에 입각한 통화정책, 즉 평균성장률과 동일한 통화량 공급의 준칙은, 특히 성장하고 있는 경제에서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흔히 중앙은행의 핵심적 기능이라고 언급되는 통화가치의 안정, 혹은 물가의 안정을 가져오며, ‘나쁜’ 신용의 팽창을 중지시키는지 살펴보자.


(4) ‘나쁜’ 신용을 팽창시키는 성장경제 하 통화가치 안정화정책

화폐의 구매력 안정화정책은 별다른 검토 없이 당연한 것으로 수용되는 정책들 중 하나이다. 통화가치를 안정화시키려는 정책은, 성장 중인 경제에서는 경제성장률에 비례해 통화량을 지속적으로 팽창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통화량의 팽창정책은 바로 저축에 기반하지 않은 ‘나쁜’ 신용을 팽창시켜서 경기변동의 촉매제가 된다는 데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 사실 1920년대 기술발전이 왕성했던 때, 미국의 통화정책은 화폐의 구매력을 안정시키고자 화폐를 증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화폐의 증발은 1920년대를 “포효하는 20년대”(Roaring 20’s)로 지칭할 정도의 호황을 만들어내었으나 결국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발 국제금융위기에 있어서도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값싼 소비재들로 인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낮아지고 있어 달러의 구매력을 안정화시키는 정책은 통화증발로 이어졌다. 이것이 최근의 국제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 이외에 자산가격의 상승률 등에도 관심을 쏟고 이를 지수로 만들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화폐의 구매력을 안정화시켜는 정책은 통화증발과 신용창출을 의미하며 이것은 앞에서 보았듯이 대부시장의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추어 자본구조를 왜곡시켜 불필요한 경기변동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폐의 구매력을 안정화시켜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흔히 이에 대한 대답으로 디플레이션에 따른 해악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성장디플레이션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재화를 구매할 수 있게 하므로 성장의 과실을 경제 내 화폐의 소유자들이 향유하게 한다. 다만 낮아진 재화의 가격이 그 재화의 생산자들로 하여금 경제계산을 왜곡시켜 생산을 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윤은 그 재화의 가격에서 비용을 제외한 것이므로 디플레이션으로 생산요소의 가격들이 아울러 내려간다면 가격-비용 격차가 존재하는 한 특별한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래서 성장디플레이션은 특별히 문제가 될 수 없다. 기업가들이 화폐 단위로 환산한 이윤의 크기가 줄었지만 그 이윤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생산요소가 종전보다 더 많다면, 그리고 노동자들이 화폐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종전보다 더 많다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성장디플레이션의 과정은 기술의 진보의 예측, 상용기술의 적용에 따른 실제 더 많은 재화의 공급 등을 통해 나타나므로 관련된 사람들의 예상의 적응도 신용팽창의 경우에 비해 용이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실 오스트리아학파는 화폐의 구매력을 안정화시키려는 생각에서 출발한 프리드먼의 통화준칙주의에 대해서도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이 케인지언처럼 자의적으로 통화를 증발할 수 있는 통화정책보다는 더 장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통화당국의 자의적인 판단보다는 규칙을 준수할 때 화폐가 경제를 교란할 가능성이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화폐당국이 이런 규칙에 엄격하게 매일수록 화폐로 인한 경제적 교란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오스트리아학파는 프리드먼의 준칙주의에 입각한 통화정책으로는 신용팽창에 의한 인위적 붐의 발생을 방지할 수 없다고 보고,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독립적인 화폐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그런 방안으로 제안되고 있는 것이 자유은행업과 상품화폐제도이다. 자유로운 은행업 제도를 시행하여 상품화폐제도로 귀착된다면, 두 제도는 실제로는 동일한 제안일 수 있다.


(5) 경기침체기의 대책: 불황탈출 정책

마지막으로 경기변동 과정 특히 불황에서의 통화정책 문제를 간략하게 다루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오스트리아학파는 저축에 기반하지 않은 신용을 팽창시키는 정책이 경기변동을 일으키고 이것이 필연적으로 불황으로 귀결될 경기활황을 만들어낸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오스트리아학파에 있어 추가적인 신용팽창을 통한 붐의 조성은 불황기에 추천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다시 구조조정이 필요할 일을 만드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가적인 신용팽창은 보통 은행들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의 형태를 띨 때가 많다. 기업들의 실패로 이들에게 대출해준 도산위기에 몰린 은행들, 특히 대형은행들에 대해 구제금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외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지만, 고용의 유지라는 명목 아래 이들의 연명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 외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를 통해 실업수당의 범위와 크기를 높이기도 한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대형 금융기관의 구제는 이윤과 손실이라는 시장의 규율을 해치는 정책이다. 여타 정책들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필요할지 모르나, 최소한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필요하게 된 구조조정을 방해하여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킨다.

물론 오스트리아학파도, 불황기에 신용경색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고조됨으로써 비관적인 분위기가 커져서 경제가 현실적 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악화될 가능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시 구조조정이 필요한 일을 벌이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가격들이 빠르게 하향 조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부실한 사업들의 정리가 원활하게 될 수 있게 하여 서로 연결된 사업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동시에 가격하락에 따라 새로운 이윤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퇴출 장벽이 있다면 이를 제거해주는 것도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인수합병에서의 규제를 없애는 것도 퇴출장벽을 없애는 방안의 하나이다.

주지하다시피 2차침체가 발생할 때 통화를 늘리더라도 이것이 투자나 소비로 가지 않고 현금수요만 늘리는 현금축적(cash-building) 혹은 케인지언의 용어로 소위 화폐의 퇴장(hoarding)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케인지언들의 처방이다. 그러나 이런 처방도 경제에서 경제적 인센티브가 잘 작동하는 민간부문의 비중을 줄이고, 인센티브가 잘 작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계산을 할 수 없거나 왜곡되는 공공부문의 비중을 크게 늘릴 것이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은 불황의 발생 원인을 다루고 있고, 불황 자체의 과정에 대한 자세한 연구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시간선호라는 미시경제학적 기초를 가지는 거시경제학을 통해 원인 분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론에 기초한 정책제안의 신빙성은 오히려 여타 학파들보다 정교하다고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학파는 불황기에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은 별로 없지만, 민간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고 본다. 특정 생산단계에 과오투자, 혹은 과잉투자되었던 자본재들의 새로운 전용 작업, 사업의 청산과 조정을 통해 불황기의 자본구조를 지속가능한 자본구조로 변경시키는 일은 너무나 많은 민간기업들의 활발한 활동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정부가 불황기에 경제에 특별한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정책은, 불황을 곧장 탈출할 정책을 찾고 있는 정부로서는 반갑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스트리아학파가 “불황인 지금의 상태”가 좋다고 보고 아무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 불황기에 바람직한 정책이 무엇인가는 결국 누가 필요한 구조조정을 더 잘 할 것인가, 정부인가 아니면 기업가들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오스트리아학파는, 가격기구가 잘 작동하는 한, 그들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가들이라고 보고 있다.

4. 결론

지금까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을 살펴보았다. 이를 요약하자면, 저축에 기반을 두지 않은 (인위적) 신용팽창은 소비자/저축자의 시제간 소비/저축 결정과 투자자들의 투자결정들이 서로 시제간 조정(intertempiral coordination)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에 처하게 만든다. 인위적 신용팽창은, 동시다발적인 과오투자와 과잉투자를 초래함으로써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기활황을 만들어내고 이 동시다발적인 투자들의 문제가 드러나는 시기가 경기침체기이다. 그래서 오스트리아학파는 이런 과오투자와 과잉투자를 애초에 만들어내지 않는 통화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그 통화정책의 핵심은 저축에 기반을 두지 않은 ‘나쁜’ 신용의 창출을 배제하는 데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의견달기 닉네임 : 비밀번호 :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 [토론회] 앵거스 디턴『위대한 탈출』의 의의와 한국경제에 주는 시..  시장경제제도연구소 2015-11-04 724
4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통화정책적 시사점  시장경제제도연구소 2013-03-20 1696
3 사회변화를 모색하는 자유주의 지식인의 전략  시장경제제도연구소 2013-03-20 1347
2 경제민주화 그리고 1원1표, 1인1표, 1주1표  시장경제제도연구소 2013-03-19 1248
1 편법,무원칙,무질서를 넘어 '선진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길'  시장경제제도연구소 2013-02-15 89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