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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정치―자유시장경제로의 변화를 실천하려는 자유주의자들이 음미해볼 책  
  이름 : 시장경제제도연구소 날짜 : 2013-03-08 오후 4:56:00 조회 : 1123  
파일 : 미시정치_서평.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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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정치―자유시장경제로의 변화를 실천하려는 자유주의자들이 음미해볼 책



1. 공공선택이론을 자유주의 사회로의 개혁 전략의 측면에서 응용한 책

자유주의 운동은 사회주의 운동이나 그 변형들에 비해 사회개혁을 위한 정치적 운동으로서 애로점들을 안고 있다. 우선 자유주의자들은 전략에 별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자유주의 운동은 그 속성상 마르크시즘이나 모택동주의에 비해 노동자, 농민 등 사회변혁의 주도층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주의의 주장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반(反)직관적인 주장으로 비칠 수도 있다. 더구나 민주주의 다수결 정치 제도 아래에서 잘 조직된 특정 이익집단은 비록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 성공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정치과정에서 전개됨으로써 국가주도의 간섭주의가 확산되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이를 시장중심적인 체제로 변화시킬 것인가?

이런 변화는 정확한 이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는 다른 차원의 관심과 노력을 요구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책이 번역되었다. 「아담 스미스 연구소」(Adam Smith Institute)의 매슨 피리(Madsen Pirie) 소장이 쓴 《미시정치(Micropolitics)》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국민의 세금은 많이 들어가면서도 국민 개개인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국가주도의 간섭주의 경제체제를 어떻게 하면 시장주도의 경제 체제로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가 적고 있듯이, 공공선택(Public Choice)이론은 정치가들과 관료들이 민주주의 정치제도 아래에서 공공의 돈으로 어떻게 득표경쟁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의미는 저자는 이 책에서 공공선택론의 지혜를 정부간섭주의의 경제체제를 자유시장적 요소가 더 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에도 응용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을 처음으로 제안하였다는 데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유주의자들이 이익집단들이 받았던 혜택들을 철폐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그들과 거래할 방법을 찾아 이들의 반대 대신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원하는 변화를 만들고 이를 축적함으로써 민주주의 다수결 아래에서도 자유시장적 요소가 더 강한 체제로의 변화가 가능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그런 미시정치의 전략 아래 이루어진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고 이 책에서 전개된 미시정치의 시각을 머리 로스버드(Murry N. Rothbard)가 전개했던 자유경제로의 변화를 도모하는 지식인의 전략에 비추어 평가해 보고자 한다.


2. 적용 사례

우선 미시정치의 시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이런 시각이 반영된 사례부터 살펴보자. 그런 대표적 사례로 공공임대주택의 판매 아이디어를 들 수 있다. 영국의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시장에서보다 훨씬 저렴하였기 때문에 공공임대는 임차인들에게는 일종의 부가수익을 얻는 수입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반해 이는 반면에 정부에게는 재정 악화를 가져오는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시장경제원리로 보면 당연히 이런 기득권을 일소(一掃)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공선택이론에서 말하고 있듯이 조직화된 소수는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져 강력하게 반발하지만, 이 비용을 실제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은 분산된 다수로서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불행하게도 기득권 일소 정책을 통해 주택부문에 자유시장을 확립하려는 시도는 정치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미시정치는 공공임대주택을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것을 제안한다. 이 정책은 세금으로 지원되는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었다는 이유로 또다시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어서‘정의의 원칙’으로 보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시장주도의 경제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혹은 정부 재정의 장기적 축소라는 측면에서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일단 공공임대주택이 팔리고 나면, 주택시장에서 공공부문의 비중은 크게 줄어든다. 아울러 공공임대주택은 보통 시장임대료에 비해 낮은 임대료를 받는데 이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들어가는 정부 재정의 투입도 장기적으로는 축소될 수 있다. 공공주택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관료들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주인을 찾은 주택도 종전에 비해 훨씬 잘 관리될 것이며, 그 주택은 현재의 주인보다 그 주택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사람에게로 이전될 수 있다. 이주할 필요성이 발생했음에도 임대의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냥 눌러 앉아 사는 세입자들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에 더해 소위 공공임대주택 입주권을 얻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저지르는 서류 조작, 뇌물 등 각종 편법과 부패도 사라질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판매 정책은 이를 추진하는 정치인의 지지를 높인다.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할 기회를 얻은 세입자들이 주택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치집단과 연대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물론 공공임대주택 판매 가격의 책정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너무 저렴하게 책정되면 정부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고 심지어 공공주택의 임대에 실패한 사람들의 분노를 살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반해 그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되면 세입자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 두 경계선 사이의 영역을 잘 찾아내고 필요하다면 세입자들을 세분해서 다룰 필요성까지 있을 것이다.


3. 대중 불복종 운동과 미시정치

자유경제 체제는 국가간섭 체제나 복지국가 체제에 비해 소비자 대중들에게 더 큰 만족을 준다. 우리가 이를 논리적으로, 경험적으로 확신하고 있더라도, 1인 1표의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자유경제체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이런 이해 이상의‘전략’이 필요하다.

로스버드는“진리는 스스로를 밝힌다.”는 신념 아래, 자유경제로의 사회변화를 이루기 위해 자유주의자가 할 일은 강의, 토론, 책, 신문 등 가능한 수단들을 동원하여 대중들을 계몽하여 이들을 자유주의자로 개종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을‘순진한 교육주의’로 불렀다. 순진한 교육주의 속에는 순수한 의미의 전략적 사고가 들어있지 않다. 순진한 교육주의를 제외하고 그는 대중 불복종운동, 왕의 개종 전략, 제임스 밀의‘레닌주의’등을 전략 유형으로 제시하였다.

이 가운데 대중 불복종 운동의 이론적 기초는 이렇다. 국가, 특히 국왕이 국민들에 대해 권력을 휘두르고 자의적 간섭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동의하였기 때문이며 이런 자의적 권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리적으로 국왕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동의를 철회하기만 하면 된다. 지식인은 이런 시민불복종 운동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자발적으로”복종하게 된 시민을 다시 설득시켜 불복종으로 이끌 것인가이다. 국가가 자발적 복종을 얻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조세로 거둔 돈으로 각종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의 동의를“사는”것이다. 이미 이런 혜택을 얻는 데 익숙해지고 이를 권리로 여기는 사람들은 어쩌면‘자발적 복종’을 철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의 철폐에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다.

미시정치의 전략은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된 시민들을 불복종하는 주체로 변화시키려하기보다는 이들과 거래를 함으로써 간섭주의적 체제가 자유시장으로 전환될 수 있게끔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자유주의는 사회주의운동에 비해 노동자, 농민 등 수혜층을 지지자들로 가지기 어려운 단점을 가지고 있으나 정치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자유주의 정책의 수혜자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이들을 자유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저항세력이 아니라 지지세력으로 삼는다고 볼 수 있다.


4. 왕(정치가)의 개종 전략과 미시정치

자유주의자들은 왕을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자유주의자로 개종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왕의 장기적 이익에 호소하여 그를 개종시키고자 하였다. 국부의 일부를 가져가는 왕의 장기적 이익은 국부가 신장될수록 커진다. 사유재산권의 존중은 국부를 크게 늘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왕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지해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의 득표를 통해 집권하는 정치인들의 이익은 (재)집권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따라서 대중들에게 인기가 낮은 자유주의 정책들을 대중들에게 제안하라고 정치인들에게 권고하더라도 이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히스 수상이나 닉슨 대통령처럼 취임 초기에 자유주의적 정책을 추진하다가 정치적 저항에 부닥치면 곧바로 후퇴하기 쉽다. 그런 점에서 미시정치의 제안은 실천 전략으로서 정치가들에게 그들의 재선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정치가들을 우군으로 삼고자 한다는 점에서 왕의 개종 전략과 닮은 부분이 있다. 전술한 공공주택 사유화 정책은 정치적 지지를 높이기에 정치가들은 재선을 위해서도 이 정책을 추진할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시정치는 왕의 개종 전략을 응용해서 잘 조직화된 이익집단들의 이익을 정치인의 이익과 연결시킴으로써 지속적인 개혁 추진의 동력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5. 밀의 ‘레닌주의’와 정책(정치)공학자의 필요성

로스버드는 제임스 밀(James Mill, 1773-1836)의 레닌주의를 사회변혁의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밀은 공리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철학, 심리학, 정치학, 역사 등 인간행동에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책, 논문, 신문기고 등을 썼으며 주변의 모든 이들을 철학적 급진파(Philosophic Radicals)로 조직하였다. 철학에는 벤담, 경제학에는 리카도를 앞세우고 자신은 항상 2인자로 남았다. 아들 J. S. 밀의 혹독한 교육도 아들을 이 운동의 차세대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밀은 최종목표인 보통선거권의 확보를 위한 중간목표로 선거권 확대를 쟁취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아 당시 정당들로 하여금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언론에 이런 심증을 주는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보도되도록 배후에서 조종하기도 하였다.

이런 밀의“레닌주의”는 목표의 달성을 위해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것도 용납하고 있다. 이 점은 기득권자에게 다시 혜택을 주어 그들의 권리를 서서 없애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미시정치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대중들의 지지를‘구매’한다는 점에서 미시정치는 선심성 정책과 다를 바 없지만, 그 방향이 다를 뿐이다. 이런 구매는 정치시장에서 수완을 발휘하여 우군을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저항의 힘을 줄여 나가는 제임스 밀과 같은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이 책의 저자 피리는 그런 지식인을 정책공학자로 부른다.

물리학이나 화학의 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이론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공헌이지만, 이를 적용하여 우리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계를 제작하는 엔지니어들의 공헌이 없다면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 저자는 사회과학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유시장이론을 적용해가는 미시정치학적 기술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생산은 재화의 물적 생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실제 전달되면서 완성된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존재와 유용성을 알려야 하며, 다음으로 소비자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는 유통채널이 필요하다.

시장경제이론도 마찬가지이다. 1인1표의 민주주의 아래에서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는 정책이 채택되려면, 득표 극대화를 도모하는 정치인에게도 그런 정책의 추진이 그의 집권에 유리하게끔 만들 필요가 있다. 이때 안내서 역할을 하는 것이 미시정치이고 이 일을 실제로 해내는 사람들이 정책공학자들이다.


6. 결론

결론적으로 이 책은 1인 1표의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높다는 강한 제약 아래에서 정부의 경제적 간섭이 다양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더 확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만들고자 할 때, 공공선택론의 지혜를 다른 각도에서 응용함으로써 성공하는 정책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를 제안하고 있다. 앞에서 들었던 공공임대 주택의 경우 이런 주택을 일소하는 정책은 거시정치인 반면, 이를 세입자들에게 판매하는 아이디어는 정치시장의 속성을 감안한 미시정치이고 그래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전략의 중요성과 성공한 정책의 축적의 필요성을 강조하다보니 사상의 중요성을 경시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정치시장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이런 문제가 많은 정치시장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자유시장의 영역을 성공적으로 넓혀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는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출처 :「자유와 시장」 제4권 제4호 (2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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